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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밥 1기 (몬스터 요리, 파티 생존, 흑마술 부활)

by 뽕빵맨 2026. 6. 21.

판타지 세계관에서 던전 탐험이라고 하면 으레 화려한 전투와 보물 획득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던전밥은 그 공식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용에게 동료를 잃은 파티가 자금도 바닥난 채 던전으로 다시 뛰어드는 장면부터, 이 작품은 일반적인 모험물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꺼내 놓습니다.

마물요리: 혐오감인가, 생존 지혜인가

판타지 작품에서 몬스터는 보통 처치해야 할 대상으로만 그려집니다. 일반적으로 마물(魔物)이란 인간에게 적대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 고기를 먹는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게 당연합니다. 저도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솔직히 거부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작품을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라이오스 일행은 동료를 구하러 던전에 뛰어들었지만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식량 조달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던전 안의 마물을 식재료로 활용하는 방식, 이른바 포리징(Foraging)을 선택합니다. 포리징이란 주변 환경에서 직접 식량을 채취하고 조달하는 생존 기술을 뜻합니다. 던전 안에서 자급자족하는 이 방식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실제 생존 원리와 맞닿아 있어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마르실이 처음엔 마물 요리를 경멸하다가 전갈 요리를 먹고 나서 맛에 감탄하는 장면은 저한테도 공감이 됐습니다.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실제 경험 앞에서 허물어지는 순간이었으니까요. 작중에서 식인 식물로 만든 타르트, 바실리스크 알과 고기로 완성한 치킨, 맨드레이크 오믈렛까지, 각 요리마다 재료의 특성을 정확히 짚어서 조리하는 방식이 의외로 논리적이었습니다.

던전 함정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튀김을 만들고, 움직이는 갑옷 마물의 속살이 조개와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해 대게처럼 손질하는 장면은 제가 직접 보면서도 "이게 진짜 가능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구체적이었습니다. 마물 요리를 단순한 개그 요소가 아니라 서사의 핵심 동력으로 올려놓은 부분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파티구성: 센시라는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균형

던전밥에서 파티 구성을 보면, 일반적으로 판타지 모험 파티는 전투력 중심으로 짜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작품은 그 공식이 조금 다릅니다. 전투력보다 지식과 경험이 파티를 살리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10년간 던전에서 생활하며 거의 모든 마물을 요리 재료로 연구해온 드워프 센시(Senshi)의 합류가 이 작품의 분수령입니다. 센시는 단순한 요리사가 아닙니다. 그는 레드 드래곤을 식재료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파티에 합류한, 목적이 아주 구체적인 인물입니다. 던전 내 생태계를 꿰뚫고 있는 그의 지식은 파티가 지하 깊숙이 전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토대가 됩니다.

센시가 보여주는 텃밭 농사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골렘(Golem)을 활용해 던전 안에 텃밭을 일구는 방식인데, 골렘이란 마법으로 움직이는 인공 생명체 또는 자동화된 노동 존재를 뜻합니다. 인분을 비료로 사용해 신선한 채소를 수확하는 이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던전이라는 공간을 생활 터전으로 받아들이는 센시의 철학이 잘 드러납니다.

파티 구성 면에서 라이오스, 마르실, 칠치, 센시가 각자의 역할을 하는 방식도 자연스럽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특정 캐릭터가 지나치게 돋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영양 밸런스를 고려한 사냥과 채집, 마물 공략법을 함께 터득해가는 과정이 파티 안에서의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연결됩니다. 던전밥이 단순한 먹방 판타지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파티 구성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라이오스: 마물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긍정적 추진력으로 파티를 이끌지만, 때로는 동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2. 센시: 10년간의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요리 지식과 생존 기술로 파티의 실질적인 생존을 책임집니다.
  3. 마르실: 흑마술(黑魔術)에 능한 마법사로, 파티의 전투력과 특수 상황 대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4. 칠치: 전투와 정보 수집에서 균형 잡힌 역할을 하며 파티의 안정감을 높입니다.

흑마술: 부활을 둘러싼 판단의 문제

이 작품에서 가장 복잡한 감정을 느꼈던 부분은 전투 장면도, 요리 장면도 아니었습니다. 흑마술을 이용해 죽은 동료를 소생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레드 드래곤에게 잡아먹혔던 라이오스의 여동생 파리나는 파티가 드래곤에게 다가갔을 때 이미 뼈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마르실이 선택한 것이 네크로맨시(Necromancy), 즉 흑마술에 기반한 소생 마법입니다. 네크로맨시란 죽은 자를 되살리거나 사령(死靈)을 조종하는 금기 마법의 총칭으로, 대부분의 판타지 세계관에서 금지된 금기술(禁忌術)로 다뤄집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선택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시각이 강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 시각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장면을 보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라이오스와 파리나는 친남매였고, 마르실과 파리나는 둘도 없는 죽마고우(竹馬故友)였습니다. 죽마고우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오랜 친구를 뜻합니다. 이 관계를 알고 나면 마르실의 선택이 단순한 금기 위반이 아니라 인간적인 절박함에서 나온 것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물론 이 행동은 주변의 비판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결정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응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 장면이 보는 사람마다 다른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가 이 작품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파리나를 되살렸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던전의 흑막이었던 강력한 흑마술사가 등장해 부활한 파리나를 데려가 버리면서, 파티는 다시 한번 좌절합니다. 이 전개는 단순한 위기 삽입이 아니라, 흑마술이라는 선택이 어떤 대가를 부를 수 있는지를 작품 스스로 경고하는 장치처럼 읽혔습니다. 판타지 작품에서 금기술의 대가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서사에 녹여낸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이 점은 Anime News Network의 던전밥 작품 정보에서도 스토리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던전이 천 년 전 멸망한 고대 왕국이 지하로 끌려들어가 형성된 공간이라는 설정도, 흑마술과 금기라는 주제와 맞물려 세계관의 깊이를 더합니다. 단순한 식사 판타지가 아닌, 생사와 도덕의 경계를 질문하는 이야기입니다.

던전밥은 "마물을 먹는다"는 기발한 전제로 시작하지만, 실제로 보고 나면 이 작품이 말하려는 건 생존과 관계, 그리고 선택의 무게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물 요리라는 형식을 통해 파티의 결속을 쌓아가고, 흑마술이라는 금기를 통해 캐릭터의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 저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1화부터 차분히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의 거부감이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참고: https://youtu.be/fTzQdBF4etU?si=ySSNbAPXLG4MSc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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