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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액션·다크 판타지

베르세르크 1기 (3D CG, 단죄편, 재평가)

by My Everyday Happiness 2026. 7. 15.

베르세르크 2016은 1997년판 이후 무려 19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TV 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기대보다 불안이 먼저 왔습니다. 황금시대편 이후의 이야기가 드디어 움직이는 화면으로 나온다는데, 과연 그 무게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지 끝까지 걱정하며 봤습니다.

3D CG 연출이 남긴 가장 큰 아쉬움

베르세르크 2016을 이야기할 때 3D CG 연출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원작의 세계를 영상화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작품의 가장 큰 약점으로 남았습니다. 제가 처음 1화를 켰을 때도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가츠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어색했고, 특히 전투 장면에서 캐릭터가 바닥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모습이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1997년 TV판이 보여줬던 거칠고 어두운 질감과도 확실히 달랐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원작을 표현하려 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화면에서 느껴지는 어색함까지 덮어놓기는 어려웠습니다. 용살자의 대검이 사도를 베어낼 때 느껴져야 할 무게와 반동이 2016년판에서는 상당히 희석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CG 기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연출 선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과연 다른 방식은 불가능했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하게 됩니다.

단죄편의 서사, 그래도 베르세르크는 살아 있었습니다

연출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덮어놓고 이야기 자체를 보면 어떨까요? 베르세르크 2016이 다루는 단죄편은 제가 원작에서도 특히 밀도 높게 느꼈던 챕터입니다. 단죄편이란 가츠가 캐스커를 찾아 단죄의 탑으로 향하면서 이단 심문관 모즈구스와 성철쇄 기사단, 악령과 이형의 존재들에 맞서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가리킵니다.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종교와 신념, 폭력과 구원이라는 주제가 복잡하게 얽히는 파트입니다.

제가 이 시즌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것은 파르네제라는 인물의 변화였습니다. 성철쇄 기사단장으로 처음 등장할 때는 자신의 신앙과 권위를 맹목적으로 믿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가츠와 충돌하면서 조금씩 그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한 인물이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를 의심하고 변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게 그려졌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CG 연출 때문에 기대를 낮췄는데 파르네제의 표정과 독백 연출에서는 진짜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가츠가 성철쇄 기사단과 충돌하며 캐스커의 행방을 추적하고, 이후 알비온을 배경으로 루카와 캐스커의 상황이 본격적으로 드러납니다. 가츠가 캐스커를 구하기 위해 단죄의 탑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모즈구스와의 결전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그리피스가 새로운 육체를 얻어 부활합니다. 원작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이 장면을 움직이는 화면으로 보니 또 다른 충격이 있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CG의 어색함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힘이 연출의 한계를 일부 커버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원작의 중요한 감정선이 생략되거나 빠르게 넘어간 장면들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특히 루카라는 인물이 가진 따뜻함과 캐스커와의 연결 고리가 애니메이션에서는 상당히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원작의 맥락을 알고 본 저에게도 감정선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재평가의 여지, 지금 보면 어떨까요

베르세르크 2016은 연출과 이야기의 장점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직접 보고 나니 왜 완성도와 작품의 의미를 따로 평가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원작과 비교해 보면 베르세르크 2016은 분명히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중요한 장면이 생략되거나 빠르게 지나가고, 전투의 밀도와 CG의 어색함까지 겹치면서 원작의 압도적인 분위기를 온전히 옮겨오지는 못했습니다. 직접 비교해 보니 이러한 차이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베르세르크 2016이 등장하기 전까지, 황금시대 이후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1997년 TV판은 황금시대편에서 멈췄고, 2012~2013년 극장판 3부작도 동일한 시간대를 다뤘습니다. 그러니 단죄편, 파르네제와 세르피코와 이시도르가 가츠의 여정에 합류하는 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화면으로 볼 수 있게 된 건 2016년이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이 작품이 가진 의미를 쉽게 무시할 수 없습니다.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과 별개로, 황금시대 이후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접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는 의미는 분명히 남았습니다.

물론 완성도가 높았다면 베르세르크의 진가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전투의 타격감과 원작의 섬세한 감정 묘사, 모즈구스가 가진 광기의 깊이까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결국 제게 베르세르크 2016은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과 애니메이션화의 의미가 함께 남은 작품입니다. 1997년 TV판이나 황금시대편 극장판을 이미 본 분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접근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하지만 단죄편의 이야기, 그리고 가츠가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며 여정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는 여전히 베르세르크답습니다.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2017년판까지 이어서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여러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해 끝까지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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