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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사이버 포뮬러 Double One (챔피언의 무게, 슈퍼 아스라다, 성장)

챔피언이 된 다음이 더 어렵다는 걸, 사이버 포뮬러 더블원을 보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TV판을 봤을 때는 하야토가 우승하는 장면에서 그냥 뭉클했는데, 더블원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이게 진짜 이야기였구나" 싶었달까요. 첫 번째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이 얼마나 다른 의미를 갖는지, 이 OVA 시리즈는 그걸 꽤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챔피언 번호 1번이라는 짐, 그 무게

더블원의 배경은 제11회 사이버 포뮬러 월드 그랑프리입니다. 카자미 하야토는 이전 시즌 챔피언으로서 카 넘버 1번을 달고 새 시즌을 시작합니다. 화면에 그 번호가 클로즈업될 때, 솔직히 저는 "이제 압도적인 활약이 나오겠구나"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펼쳐진 건 그 반대였습니다.
다른 팀들은 이미 하야토와 아스라다를 철저히 분석하고,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신형 머신과 전략으로 대응합니다. 기존 아스라다는 라이벌들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졌고, 하야토는 개막전부터 연속으로 점수를 얻지 못하며 쫓기는 입장에 놓입니다.

여기서부터 하야토가 가장 크게 부딪히는 건 챔피언이라는 이름의 무게였습니다. 처음 우승했을 때와 달리 이제는 모두가 하야토를 목표로 달려옵니다. 더 이상 올라가는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된 거죠. 저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레이스인데도 하야토가 느끼는 압박감은 완전히 달라 보였습니다.

TV판의 하야토가 "잃을 것 없는 신인"이었다면, 더블원의 하야토는 지켜야 할 게 생긴 챔피언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초반 하야토는 실력은 분명히 성장했는데, 마음가짐은 아직 챔피언답지 못했습니다. 그 괴리감이 더블원 전반부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이 좋았던 거 아니야?", "아스라다 덕분 아니야?"라는 주변의 시선이 하야토를 조금씩 갉아먹습니다. 그 불안이 실제 주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슈퍼 아스라다 AKF-11, 머신의 진화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기존 아스라다의 한계가 분명해지면서, 더블원 중반부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등장합니다. 슈퍼 아스라다 AKF-11의 탄생입니다. 제가 이 머신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꽤 설렜던 건, 단순히 새로운 머신이 나왔다는 흥분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하야토가 이 머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이야기의 진짜 분기점이기 때문입니다.

AKF-11은 기존 아스라다보다 훨씬 강력했지만, 처음부터 하야토의 뜻대로 움직여주는 머신은 아니었습니다. 하야토는 슈마허의 주행을 따라 하려다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카가와의 훈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코너링을 찾아갑니다. 아스라다의 보조까지 끈 채 거친 출력을 직접 받아들이면서 완성한 이너셜 드리프트는, 새 머신의 성능보다 드라이버 자신의 주행 방식을 찾아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머신이 좋아진다고 해서 하야토가 바로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저는 이 부분이 더블원에서 가장 솔직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도구를 쥐어줘도 쓰는 사람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나이트 슈마허의 등장이 그 사실을 더 뚜렷하게 만들어 줍니다. 압도적인 드라이빙 실력으로 모든 드라이버를 충격에 빠뜨리는 슈마허를 보며 하야토는 위기감을 느끼는데, 그 위기감이 처음에는 오히려 하야토를 조급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신죠 나오키, 블리드 카가 같은 라이벌들과의 경쟁 역시 하야토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두 번째 우승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하야토의 진짜 성장

더블원에서 하야토를 다시 일으킨 출발점은 아스라다와의 대화였습니다. 자신이 아닌 다른 드라이버가 타도 괜찮겠느냐고 묻는 하야토에게 아스라다는 승패보다 함께 같은 꿈을 좇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합니다. 그 말을 통해 하야토는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스라다와 달리는 일이 좋아서 레이스를 시작했다는 마음을 되찾습니다.

이후 카가와의 훈련, 아스카와 팀원들의 믿음, 슈마허를 비롯한 라이벌들과의 경쟁이 더해지면서 하야토는 남의 주행을 흉내 내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달리는 법을 완성합니다.
일본 그랑프리 최종전, 하야토 대 슈마허의 대결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명승부입니다. 여기서 하야토는 AKF-11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AKF-11과 완전히 하나가 된 상태로 달립니다. 저는 이 변화가 더블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스라다에게 도움받는 어린 드라이버 같았다면, 이제는 정말 같이 달리는 파트너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승부가 단순히 좋은 머신으로 이긴 경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가 월드 챔피언 2연패, "Double One"이라는 타이틀입니다.
TV판의 첫 우승이 기적에 가까운 데뷔 스토리였다면, 더블원의 두 번째 우승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더블원은 TV판의 단순한 연장선이 아니라, 챔피언이 된 이후의 부담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후속 OVA입니다.
더블원을 TV판만 보고 넘긴 분들이 있다면, 꼭 한 번 다시 챙겨보셨으면 합니다. 하야토가 어떻게 흔들리고, 어떻게 다시 자기 자신을 찾는지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 챔피언이 되는 것보다 챔피언으로 남는 것이 더 어렵다는 주제는,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습니다.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TV판부터 시작해서 더블원으로 넘어오는 순서를 권장합니다. 그 흐름으로 봐야 하야토의 두 번째 우승이 얼마나 무거운지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 TV판 이후 이야기가 궁금한 분
✔ 챔피언의 성장과 새로운 도전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 미래형 머신과 레이싱 승부를 즐기는 분
✔ 라이벌과의 경쟁, 스포츠 드라마를 선호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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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기본 정보

  • 장르 : 레이싱, SF, 스포츠, 드라마
  • 발매 : 1992년 11월 1일 ~ 1993년 6월 1일 (OVA)
  • 화수 : 6화
  • 제작사 : 선라이즈 (SUNRISE)
  • 원작 : 야타테 하지메(선라이즈 공동 필명)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신세기 GPX 사이버 포뮬러》
  • 공식 사이트 : https://www.cyber-formula.net/

※ 참고

본 글은 작품을 직접 감상한 뒤 작성한 개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