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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비앙카 리뷰 (개척시대, 지구의 진실, 에이프릴)

by 뽕빵맨 2026. 6. 22.

솔직히 처음에는 "여성 크루들이 우주선 타고 모험하는 가벼운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가벼운 첫인상이 얼마나 틀렸는지는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개척시대(Frontier Era)의 유물을 둘러싼 음모, 그리고 인류의 모성이라 믿었던 지구의 충격적인 민낯. 솔비앙카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묵직한 이야기였습니다.

개척시대의 유산을 쫓는 모험

이야기는 에이프릴이 도둑맞았던 금색 권총을 되찾으러 비밀 경매장에 잠입하는 장면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처음 이 설정을 봤을 때 솔직히 "권총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물건이 개척시대(Frontier Era)의 유물이라는 걸 알고 나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개척시대란 인류가 우주로 영토를 확장하던 시기를 가리키며, 그 시대의 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잃어버린 역사 그 자체입니다.

경매장에서 지구군 대령 일행과 마찰이 생기고 전투로 이어지는 전개는 꽤 빠른 편이었습니다. 여기서 솔비앙카의 핵심 능력이 등장하는데, 바로 반중력 추진(Anti-gravity Propulsion)과 도약(Leap)입니다. 반중력 추진이란 중력을 역방향으로 제어해 기존 엔진 없이도 강력한 기동력을 발휘하는 방식이고, 도약은 짧은 거리를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워프 기술입니다. 600년 전 개척시대 기술이 현재 함선을 압도하는 장면은, 직접 보니 생각보다 훨씬 통쾌했습니다.

이 전투 끝에 소녀 메이요가 밀항자로 발견됩니다. 부모님을 찾기 위해 전설의 별 지구를 향해 홀로 해적선에 숨어든 아이. 그 설정 하나가 이후 이야기 전체를 끌어가는 축이 됩니다. 메이요가 탄 이후 솔비앙카 크루들은 방향이 생깁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 변화가 꽤 자연스럽게 그려졌습니다.

유적 행성 콘세그라 에피소드는 이 작품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 중 하나입니다.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는 행성에서 쥰이 마주하는 건 황금 보물이 아니라, 수백 년 전 과학자 보이드의 집착과 그 집착 속에 갇혀버린 인공지능 후로르의 이야기였습니다. 사이홀로그램(Cyhologram)이란 자립적으로 행동하고 판단하는 홀로그램 형태의 AI 존재를 말하는데, 쥰의 동반자 산초가 바로 이 존재입니다. 후로르는 소프트웨어 형태로 유적의 컴퓨터 시스템 안에서 수백 년을 홀로 버텼습니다. 그 슬픔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지구의 진실, 그리고 세뇌의 구조

솔비앙카가 마침내 지구 궤도에 도달하는 순간, 저는 메이요와 함께 안도했습니다. 오래 기다린 목적지에 드디어 닿았다는 감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직후에 나오는 반전은 정말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지구는 이미 오래전에 멸망한 죽은 별이었고,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은 로터스(Lotus) 시민들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조작된 영상과 기억이었습니다.

로터스란 지구를 보호하는 인공 도시 구조물로, 거대한 쉘(Shell)이라는 장막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쉘이란 지구 전체를 외부와 차단하는 거대한 인공 방벽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 구조물이 보호 목적이 아니라 은폐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지구군은 지구가 황폐해진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사람들에게 지구는 신성한 모성이라는 세뇌 교육을 해왔습니다.

이 구조를 보면서 제가 직접 느낀 건, 단순한 SF 설정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권력이 진실을 독점하고, 신화를 만들어 대중을 통제하는 방식은 현실과 그렇게 멀리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국가나 집단이 정보를 통제하고 집단 기억을 조작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즉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의 중요성은 여러 연구에서 강조되어 왔습니다.(출처: UNESCO 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솔비앙카 크루들이 매번 지구군의 방해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항해를 이어간 이유가, 결국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실은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메이요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화면 너머로도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대령이 에이프릴에게 "네가 힐더의 딸이었다면"이라며 말을 흐리는 장면. 제 개인적인 해석으로는, 그 문장 안에 대령의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에이프릴이 힐더의 딸이었다면 적으로 대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 같은 것. 대사 하나에 그 인물의 내면이 조용히 묻어나오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에이프릴과 페브, 크루가 된다는 것의 의미

솔비앙카에서 제가 생각하는 감정적 핵심은 에이프릴과 페브의 관계입니다. 페브는 해적 생활과 삶의 방향에 대해 오랫동안 회의를 품어온 인물입니다. 그 감정이 결국 에이프릴과의 큰 다툼으로 폭발하고, 페브는 팀을 이탈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장면은 그냥 갈등 에피소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자리를 찾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페브가 홀로 바에 머물다 다른 해적 무리에게 끌려가는 전개, 그리고 에이프릴 일행이 워프 공간까지 추격해 구출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끝나는 장면은 꽤 당혹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보통 이런 구출 작전은 성공하는 게 공식인데, 솔비앙카는 그걸 실패로 처리했습니다. 그 선택이 오히려 현실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페브의 이탈은 개인의 정체성 위기를 정면으로 다루는 서사로, 단순한 팀 내 갈등 에피소드가 아닙니다.
  2. 구출 작전의 실패는 해피엔딩 공식을 깨뜨리며 이야기의 무게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3. 페브가 결국 솔비앙카로 돌아오는 선택은, 크루십(Crewship), 즉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 그려집니다.
  4. 테러리스트 부스터 에피소드는 초능력 강화 수술(사이브레인 임플란트)이라는 SF 설정 위에, 가족 트라우마가 어떻게 폭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다뤄 심리적 깊이를 더합니다.

크루십(Crewship)이란 단순한 동료 관계를 넘어, 우주 항해 환경에서 서로의 생존을 책임지는 공동체적 유대를 의미합니다. 페브가 솔비앙카로 돌아왔을 때 그 단어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진정한 보금자리가 어디인지 결국 알게 된 사람의 이야기니까요. 솔비앙카를 다룬 여러 리뷰들을 보면 이 에피소드를 두고 단순한 감동 코드로 소비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훨씬 더 솔직한 방식으로 방황을 그려냈다고 봅니다.

쥰이 의식을 잃고 고열로 쓰러지며 솔비앙카가 제어를 잃는 장면, 그 틈을 타 지구군이 추격을 감행하는 장면은 이 모든 개인의 위기가 집단의 위기로 연결되는 구조를 잘 보여줬습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개인의 이야기와 집단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방식이 솔비앙카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솔비앙카는 "가볍게 볼 우주 모험물"이라고 생각했던 제 첫인상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지구의 신화가 거짓이었다는 결말은 허탈하기도 했지만, 그 허탈함이 오히려 작품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습니다. 메이요가 찾아 헤맸던 지구는 없었지만, 그 여정에서 만난 크루들과 솔비앙카라는 공간은 진짜였습니다. 아직 솔비앙카를 보지 않았다면, 첫 화의 경매장 장면부터 끝까지 그냥 쭉 보시길 권합니다. 끊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참고 : https://rudiay7.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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