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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알라바스타편 (크로커다일의 음모, 비비의 결심, 동료의 증표)

위대한 항로에 들어온 뒤에도 여러 강적을 만났지만, 알라바스타편은 그동안의 모험과는 규모부터 달랐습니다. 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내전을 막아야 한다는 상황도 무거웠고, 그 모든 일을 뒤에서 움직이고 있던 크로커다일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훨씬 커졌습니다.

저에게 알라바스타편은 전투보다 비비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자신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든 전쟁을 막으려는 비비와 그런 비비를 더 이상 혼자 싸우게 두지 않는 밀짚모자 일당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아무 말 없이 팔을 들어 올리는 장면까지 보고 나면 왜 알라바스타편이 원피스 초반부를 대표하는 이야기인지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크로커다일이 보여준 지금까지와 다른 적

알라바스타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크로커다일이 단순히 강한 적으로만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직접 사람들 앞에 나서서 왕국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크 워크스를 이용해 국왕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결국 국왕군과 반란군이 서로 싸우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겉으로는 알라바스타를 지키는 영웅처럼 행동하면서 뒤에서는 나라 전체를 손에 넣으려 한다는 것도 이전에 만났던 적들과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루피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전을 막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꼬여 있었기 때문에 크로커다일 한 명만 쓰러뜨린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싸움도 아니었습니다.

루피가 크로커다일에게 몇 번이나 패배하는 과정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금까지도 강한 상대는 많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이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차이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 방법을 찾아내고 결국 크로커다일과 마지막까지 싸우는 모습은 루피다운 장면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지하에서 이어지는 전투는 앞에서 계속 쌓였던 답답함을 한꺼번에 풀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크로커다일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압도적인 모습이 있었기에 마지막 승리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비비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

알라바스타편을 다시 떠올려 보면 가장 마음에 남는 인물은 역시 비비였습니다. 자신의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이 싸우려는 상황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마지막까지 전쟁을 막으려고 뛰어다닙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다치지 않는 방법만 찾으려는 비비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 때문에 누군가 희생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비비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비비에게 루피가 자신의 목숨도 함께 걸라고 말하는 장면이 특히 좋았습니다.

비비는 계속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고 했지만 이미 밀짚모자 일당은 함께 싸우기 위해 알라바스타까지 온 상태였습니다. 비비의 나라라고 해서 비비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루피는 오히려 단순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후 밀짚모자 일당이 각자의 상대와 싸우는 장면들도 단순한 개인전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로와 Mr.1의 싸움부터 나미, 우솝, 쵸파, 상디의 전투까지 모두 비비와 알라바스타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정식으로 배에 타지 않았는데도 비비가 지금까지 밀짚모자 일당의 동료처럼 기억되는 이유도 이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없이 보여준 동료의 증표

알라바스타편에는 기억에 남는 전투가 정말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을 하나 고르라면 저는 마지막 이별 장면을 고르게 됩니다.

모든 싸움이 끝난 뒤 비비에게는 밀짚모자 일당과 함께 바다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나라에 남을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결국 비비는 알라바스타에 남기로 결정하지만 서로를 동료라고 생각하는 마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해군이 지켜보는 상황이라 비비의 말에 직접 대답할 수 없었던 밀짚모자 일당이 아무 말 없이 팔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지금 봐도 참 좋습니다.

굳이 울면서 작별 인사를 하거나 긴 대사를 주고받지 않아도 함께했던 시간과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그 행동 하나에 전부 담겨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라 전체가 전쟁에 휘말리는 큰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였습니다. 그래서 알라바스타편은 크로커다일과의 싸움보다도 비비와 밀짚모자 일당이 진짜 동료가 되어가는 이야기로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