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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

진격의 거인 4기 (럼블링, 시조의 거인, 예거파)

by My Everyday Happiness 2026. 6. 25.

이미지 저작권은 각 권리자에게 있음

진격의 거인 4기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흔히 "명작은 결말이 깔끔하다"고들 하는데, 이 작품은 그 공식을 정면으로 깨버립니다. 에렌이 선택한 길, 그 길을 막으려는 동료들, 그리고 끝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긴장감. 4기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럼블링: 자유를 위해 세계를 밟다

진격의 거인 4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럼블링(Rumbling)입니다. 럼블링이란 벽 안에 수만 년간 잠들어 있던 수십만 초대형 거인들이 한꺼번에 깨어나 세계를 행진하는 사건을 뜻합니다. 파라디 섬을 지키기 위해 벽 바깥의 모든 생명을 말살하겠다는, 에렌의 최후 선언이 현실이 된 순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에렌이 결국 악당이 됐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 해석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에렌이 시조의 거인(Founding Titan)의 힘을 발동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는 처음부터 선택지가 없는 운명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시조의 거인이란 엘디아 민족 전체의 거인 능력을 지배하고, 과거와 미래의 기억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에렌은 길(Paths)이라는 신비로운 공간에서 시조 유미르와 연결되며 이 능력을 완전히 손에 넣습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은 시조 유미르의 선택이었습니다. 수천 년 동안 왕가의 명령만 따르던 유미르가, 에렌이 손을 내밀었을 때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움직입니다. 복종이 아니라 공명, 즉 같은 감정이 두 사람을 이어준 것입니다. 이 장면은 말이 거의 없는데도 가장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럼블링이 시작된 뒤 각국 군대는 함대와 대포를 총동원해 초대형 거인들을 막으려 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도시와 숲, 산맥이 차례로 무너지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자유를 향한 선택이 다른 이들의 자유를 얼마나 철저하게 빼앗는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연출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에렌을 응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끝까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시조의 거인과 길: 역사를 뒤흔든 비밀

4기에서 가장 복잡한 서사 구조를 가진 부분이 길(Paths)과 그리샤의 진실입니다. 에렌과 지크가 과거의 기억을 함께 돌아보는 이 장면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인과율(causality) 자체가 뒤집히는 순간입니다. 인과율이란 원인이 결과를 만든다는 시간의 흐름 방향을 말하는데, 진격의 거인은 이 방향을 거꾸로 뒤집습니다.

미래의 에렌이 과거의 그리샤에게 영향을 주어, 그리샤가 레이스 가문을 몰살하고 시조의 거인을 빼앗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역사는 에렌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이 구조는 자유의지(free will), 즉 인간이 진정으로 자신의 선택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지크는 에렌이 자신의 안락사 계획에 동조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안락사 계획이란 엘디아인의 생식 능력을 없애 더 이상 후손이 태어나지 않게 함으로써 고통의 역사를 끝내자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에렌은 처음부터 이를 연기하고 있었고, 결국 지크를 배신합니다.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자유로운 존재다"라는 에렌의 말은 지크의 결정론적 세계관에 대한 정면 부정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4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적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크와 에렌의 대립은 단순한 형제 갈등이 아니라, 역사와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였습니다. 아르민과 지크가 나누는 대화도 이 맥락에서 읽으면 훨씬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삶에 의미가 없더라도 사는 것 자체가 의미라는 아르민의 입장은,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반박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제가 4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진격의 거인의 서사 구조에 대한 분석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애니메이션 산업 분석 자료에서도 다루고 있을 만큼, 이 작품의 서사적 완성도는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예거파와 한지: 증오의 굴레를 끊으려는 사람들

예거파(Yeagerists)는 에렌을 추종하며 병단을 장악한 내부 세력입니다. 예거파란 파라디 섬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정당화된다고 믿는 급진적 민족주의 집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플록을 중심으로 조직된 이들은 지크의 척수액이 섞인 와인을 병사들에게 마시게 해 언제든 거인으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두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세력을 확장합니다.

일반적으로 예거파를 단순한 악역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공포와 절망을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오랫동안 세계로부터 탄압받아온 엘디아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에렌의 선언은 처음으로 자신들이 강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그 심리가 조금도 이해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입니다.

4기에서 제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장면은 한지의 마지막입니다. 비행정이 이륙하기 직전, 럼블링이 코앞까지 밀려오는 상황에서 한지는 혼자 초대형 거인들에게 돌진합니다. 몸이 불타면서도 멈추지 않는 그 장면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조사병단이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한지가 전사한 뒤 에르빈을 포함한 과거 동료들이 그녀를 맞이하는 연출은, 진격의 거인이 얼마나 오래 이 캐릭터들을 쌓아왔는지를 느끼게 했습니다.

연합군이 에렌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치는 과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서로를 증오하던 파라디 섬과 마레의 전사들이 같은 편이 되는 장면은, 작품이 처음부터 말하고 싶었던 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습니다. 4기의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선과 악은 절대적으로 나뉘지 않으며,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정의를 믿고 행동합니다.
  2.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증오의 역사를 끊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3. 자유를 위해 선택한 길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4. 전쟁이 끝나도 완전한 평화는 오지 않으며, 갈등의 씨앗은 역사 안에 남습니다.

애니메이션 평론 분야에서도 이런 다층적 서사 구조는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서사 윤리와 전쟁 표현 방식에 대한 연구는 영화진흥위원회(KOFIC) 등에서도 꾸준히 다뤄지고 있습니다.

결말에서 세상은 평화를 되찾은 듯 보이지만, 파라디 섬은 계속 군사력을 키우고, 세계와의 긴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 등장하는 거대한 나무는 역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조용히 암시합니다. 많은 작품이 선이 악을 물리치며 깔끔하게 끝나는 것과 달리, 진격의 거인은 끝까지 불편한 질문을 손에 쥔 채 마무리됩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결말이지만, 작품이 처음부터 던진 질문과 완벽하게 일관된 결말이었습니다. 4기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결말보다 그 과정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직접 감상한 리뷰이며 이미지 저작권은 각 권리자에게 있음
공식사이트 : (https://aot-portal.com/?utm_source=chatgpt.com)
제작사 : Wit Studio
https://youtu.be/OLTpBxr2N0g?si=05Di82MALDmEgl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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