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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액션·다크 판타지

원펀맨 2기 (가로우, 무술대회, 세계관)

by My Everyday Happiness 2026. 7. 20.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원펀맨 2기를 보기 전에 제법 오래 망설였습니다. 제작사가 바뀌었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었고, "1기만 보면 되지 않냐"는 말에 괜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그 판단이 꽤 아까웠습니다. 2기는 1기와 다른 방식으로 원펀맨의 세계를 넓혀가는 시즌이었고, 저는 그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감정을 꽤 많이 마주쳤습니다.

가로우라는 인물이 던진 질문

2기를 보면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사이타마의 한 방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인간 괴인을 자처하며 히어로 사냥에 나선 가로우라는 인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히어로를 싫어하는 악역 정도로만 보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가 왜 그 길을 선택했는지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가로우의 히어로 사냥은 1화부터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반사회적 행동처럼 보이지만, 시즌 내내 그의 신념이 조금씩 쌓이면서 이건 단순한 악당 서사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면 가로우의 행동이 이해되냐고요? 저는 이해는 됐지만, 동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분명 잘못됐습니다. 하지만 히어로를 미워하게 된 배경, 강자에 대한 집착, 그리고 약자였던 과거가 조금씩 비춰지면서 단순한 악당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인물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을 계속 흔들어놓는다는 거였습니다.

히어로 협회는 소속 히어로들을 차례로 쓰러뜨리는 가로우를 위험 인물로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괴인이 아닌 인간이 협회의 주요 위협으로 떠올랐다는 설정 자체가 이미 이 시즌의 주제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히어로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가로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계속 던집니다.

무술대회가 보여준 사이타마다운 재미

2기에서 가로우 외에 제가 가장 즐겁게 본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단연 무술대회 파트였습니다. 수이류를 포함한 강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사이타마는 정체를 숨긴 채 '차란코'라는 이름으로 대회에 출전합니다.

이 파트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원펀맨 특유의 코미디 감각이 제대로 살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압도적인 강자가 이름도 모르는 사람인 척 참가해서 아무렇지 않게 결승에 오르는 상황, 그 어색하고 엉뚱한 전개가 원펀맨이라는 작품의 색깔과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몇 번 피식 웃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수이류와의 대결도 기억에 남습니다. 수이류는 강한 힘과 자기 신념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인물인데, 괴인들에게 몰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사이타마를 마주한 뒤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에서 수이류가 느끼는 건 단순한 패배감이 아닙니다. 진짜 히어로는 어떤 존재인가를 처음으로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이타마는 그 상황에서도 역시나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 괴인들을 정리합니다. 화려한 연설도 없고, 드라마틱한 연출도 없습니다. 그냥 나타나서 처리하고 사라집니다. 저는 이 장면이 오히려 가장 원펀맨다운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을 드러내지 않아도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 그 담백함이 진짜 영웅처럼 느껴졌습니다.

2기에서는 사이타마보다 가로우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부각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원펀맨 특유의 통쾌한 한 방과 코미디를 기대했던 분이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가로우와 수이류, 그리고 S급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채워주면서 세계 자체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계관이 넓어진 만큼 생긴 아쉬움

원펀맨 2기를 보고 나서 저는 한동안 "이게 끝이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12화 마지막까지 보고도 뭔가 덜 마무리된 느낌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이 시즌은 괴인협회와 히어로 협회의 전면전을 예고하는 구조로 마무리됩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하기보다 다음 시즌을 위한 복선과 세계관을 쌓는 역할이 강했습니다. 장기적인 전개에는 필요한 과정이었지만, 단일 시즌으로 보면 결말의 통쾌함이 약하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제가 2기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세계관이 훨씬 넓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히어로 협회의 등급 체계와 S급 히어로들의 개별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그려졌고, 괴인협회 간부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조직의 실체도 조금씩 밝혀졌습니다. 여기에 가로우가 기존 괴인들과는 다른 위치의 인물로 등장하고, 사이타마뿐 아니라 여러 캐릭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작품의 규모가 한층 커졌습니다.

이런 확장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 건 분명하지만, 그만큼 사이타마가 뒤로 물러난 느낌도 있었습니다. 제작사가 J.C.STAFF로 바뀐 2기의 전투 장면은 1기의 강렬한 연출과 비교하면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충분히 볼 만한 수준이었지만, 1기에서 느꼈던 충격적인 속도감과 박력까지 기대했던 저에게는 차이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2기를 단순히 '1기보다 못한 시즌'으로 정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시즌에 대한 인상은 무엇을 기대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통쾌한 한 방과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릭터와 세계관의 깊이를 기대했다면 분명히 얻어가는 것이 있는 시즌이었습니다.

2기를 다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남은 건 결국 가로우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던진 질문, '정의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는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이 이야기가 3기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2기가 완벽한 시즌은 아니었지만, 3기를 기다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2기는 다음 이야기를 이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아직 1기만 보고 2기를 미뤄두신 분이 있다면, 작화보다 이야기를 보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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