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원펀맨 3기가 시작됐을 때 저는 막연히 "사이타마가 또 한 방에 다 끝내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12화를 다 보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이 시즌은 사이타마 이야기가 아니었구나."였습니다. 괴인협회 편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이 작품이 얼마나 커진 세계관을 품고 있었는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괴인협회 편, 기대와 달랐던 부분
그런데 실제로 보니 제1쿨의 무게 중심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히어로 협회가 납치된 와간마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세우는 1화부터, 괴인협회의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드러내는 구성이었습니다.
원펀맨 3기 제1쿨은 이야기가 한층 넓어졌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등장인물과 세력, 각자의 이야기가 조금씩 이어지면서 이전보다 훨씬 거대한 세계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이번 시즌은 사이타마 한 사람보다 히어로와 괴인, 그리고 각 세력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데 집중했습니다. S급 히어로들, 즉 히어로 협회에서 최상위 등급으로 분류된 강자들이 하나씩 전투에 투입되고, 그 과정에서 각자가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싸우는지를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시청하면서 느낀 건, 이 확장이 꽤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6화에서 괴인협회 진입을 앞둔 S급 히어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은 각자의 성격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구성이었습니다. 이후 작전이 시작되고 히어로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시즌이 사이타마뿐 아니라 여러 인물의 활약을 함께 보여주려 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다만 이런 구성에는 명확한 단점도 따릅니다. 등장인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어떤 전투는 막 흥미가 붙을 때쯤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반복됐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주는 구성이다 보니 규모감은 커졌지만, 반대로 한 전투에 몰입할 만하면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원작을 미리 읽지 않은 저에게는 인물과 전선이 빠르게 바뀌는 흐름을 따라가는 일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가로우와 S급 히어로, 이 시즌의 진짜 주인공들
가로우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단순한 악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히어로를 싫어하고, 히어로를 사냥하러 다니는 인물이니까요. 그런데 3기 제1쿨을 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가로우는 세상을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나누지 않는 인물이었습니다.
타레오라는 어린아이를 대하는 가로우의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주변의 괴인들이 아이를 해치려는 상황에서도 가로우는 본능적으로 타레오를 보호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이 장면은 말보다 훨씬 많은 걸 이야기했습니다. 괴인에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러니가 이 캐릭터의 핵심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오히려 괴인보다 인간에 더 가까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화에서 등장하는 괴인왕 오로치와의 조우 장면도 꽤 강렬했습니다. 오로치는 단순히 센 캐릭터가 아니라, 괴인협회가 얼마나 위험한 세력인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정도였습니다. 12화에서 사이타마와 오로치가 맞붙는 장면은 이 시즌이 쌓아온 긴장감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특유의 통쾌함을 다시 살려줬습니다.
가로우는 강해질수록 선과 악으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선택을 계속합니다. 이 지점이 전형적인 악역과 결정적으로 달랐습니다. S급 히어로들 역시 각자의 개성과 전투 방식이 뚜렷해서, 등장할 때마다 어떻게 싸울지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8화에서 펼쳐진 섬광의 플래시의 고속 전투와 9화에서 동제가 피닉스맨을 상대로 보여준 두뇌전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단순한 힘 대결에 머물지 않고 인물마다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면서 전투의 분위기도 계속 달라졌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사이타마의 비중이 줄어든 장면에서는 다른 인물들이 살아나며 오히려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작화입니다. 저도 어떤 전투 장면에서는 움직임이 예상보다 단조롭고 정적인 연출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반면 음악과 성우 연기, 색감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제2쿨을 기다리게 만든 것들, 전망과 기대
제1쿨이라는 구성 자체가 이미 "이건 서막이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줬습니다. 12화를 다 보고 났을 때 제가 느낀 감정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데 끝났네."였습니다. 이게 아쉬움인지 기대감인지 잠깐 헷갈렸는데, 곧 기대감이 훨씬 크다는 걸 알았습니다.
12화에서 괴인협회 내부의 균열이 드러나고, 여러 전선에서 진행되던 전투들이 한 방향으로 수렴하기 시작하는 흐름은 분명히 의도적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구성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큰 전개를 제2쿨로 넘기면서, 시청자가 계속 화면 앞에 붙들려 있도록 만든 구조입니다. 저는 이 전략이 성공했다고 봅니다. 마지막 화가 끝나자마자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원펀맨은 작가 ONE이 2009년부터 공개한 웹코믹에서 시작했고, 이후 무라타 유스케가 그린 리메이크 만화가 슈에이샤의 「토나리노 영점프」에서 연재되며 전 세계 팬층을 확보했습니다. 이처럼 방대한 서사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면서 제1쿨과 제2쿨로 나눈 구성은, 실제 전개 분량을 생각하면 저에게는 충분히 납득할 만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원펀맨 3기 제1쿨이 본격적인 전개를 위한 준비 편에 머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감상해 보니 그냥 준비 편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충분히 꽉 차 있었습니다. 가로우의 변화, S급 히어로들의 본격적인 활약, 괴인협회의 실체가 동시에 드러나는 구성은 단순한 빌드업을 넘어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원펀맨 3기 제1쿨은 화려한 결말을 보여주는 시즌이 아니라, 앞으로 터질 것들을 조용히 쌓아가는 시즌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화가 끝난 뒤에도 허전하다는 느낌보다는 "다음이 더 기대된다"는 쪽이 강했습니다. 제2쿨에서 가로우와 괴인협회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그리고 사이타마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중심에 서는지가 지금 가장 궁금합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제1쿨부터 순서대로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흐름을 이어서 봐야 괴인협회 편에서 인물과 세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리뷰 > 액션·다크 판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원펀맨 2기 (가로우, 무술대회, 세계관) (0) | 2026.07.20 |
|---|---|
| 원펀맨 1기 (공허함, 심해왕, 보로스) (0) | 2026.07.19 |
| 베르세르크 2기 (광전사의 갑주, 시르케, 성장) (0) | 2026.07.16 |
| 베르세르크 1기 (3D CG, 단죄편, 재평가) (0) | 2026.07.15 |
| 베르세르크 황금시대편 극장판 (작화, 감정선, 식) (0) | 2026.07.14 |